낙서

구글에게 보내는 조금 삐친 블로거의 편지

딸기톡톡 2026. 9. 18.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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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심사관님, 저희가 정말 가치가 없습니까?

어느 날이었다.

정성껏 차려입은 글들이 한 줄로 줄을 서 있었다.

누군가는 맛집 이야기를 들고 왔고,
누군가는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들고 왔고,
누군가는 평범한 하루의 이야기를 들고 왔다.

모두들 조금씩 긴장한 얼굴이었다.

“이번에는 괜찮겠지?”

“이번에는 우리도 인정받겠지?”

서로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드디어 심사 결과가 나왔다.


판정 : 가치가 없는 콘텐츠

순간 모두가 조용해졌다.

“……뭐라고?”

한 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 가치가 없대.”

옆에 있던 맛집 글이 말했다.

“나는 직접 가서 먹어보고 쓴 건데?”

여행 글도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직접 걸어 다니면서 찍은 사진인데…”

일상 글은 더 황당했다.

“나는 내 인생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인데?”

그러자 누군가가 말했다.

“그러게.
대체 가치가 뭐지?”


나는 한참 동안 그 말을 바라봤다.

가치가 없다.

참 이상한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천 원짜리 커피 한 잔이 별것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그날 하루를 버티게 해준 작은 위로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맛집 정보 하나가
다른 사람에게는
오늘 점심 메뉴를 결정하게 해주는 중요한 정보가 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흔한 여행 사진 한 장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몇 년 뒤 다시 꺼내보고 싶은 추억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가치는 도대체 누가 정하는 걸까?


물론 이해한다.

인터넷에는 수많은 글이 있다.

비슷한 정보도 넘쳐난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콘텐츠를 골라내려면
어떤 기준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니까 심사하는 입장에서도
나름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조금 억울한 건 어쩔 수 없다.

나는 글을 쓰면서
사진 한 장도 그냥 찍지 않았다.

어디에서 찍을지 고민했고,

어떤 사진을 먼저 보여줄지 고민했고,

문장을 쓰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웠고,

다시 쓰고,

또 고쳤다.

그렇게 만들어 놓은 글에게

“가치가 없습니다.”

라고 말해버리면…

솔직히 조금 삐친다.

아니,

많이 삐친다.

ㅋㅋㅋ


생각해보면 블로그라는 것도 참 이상한 공간이다.

누군가는 수십 년 동안 연구한 지식을 쓰고,

누군가는 오늘 먹은 국밥 이야기를 쓴다.

누군가는 세계적인 여행지를 소개하고,

누군가는 집 근처 공원에서 아이와 걸었던 이야기를 쓴다.

누군가는 엄청난 성공 이야기를 쓰고,

누군가는 오늘 하루도 잘 버텨냈다는 이야기를 쓴다.

그런데 그 모든 글에는
각자의 시간이 들어 있다.

누군가의 경험이 들어 있고,
누군가의 기억이 들어 있고,
누군가의 삶이 들어 있다.

그걸 단순히
“가치 있음”과 “가치 없음”
두 칸으로 나누기에는

사람의 이야기가 조금 복잡하지 않을까?


그래서 다시 쓰기로 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잘 써보려고 한다.

사진만 보여주는 글이 아니라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을 더 자세하게 적어보려고 한다.

“맛있었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왜 맛있었는지,

“좋았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좋았는지,

누군가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조금 더 담아보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그러니까 구글 심사관님.

다음에 또 심사하러 오신다면
한 가지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제 글이 부족하다면

“가치 없음.”

이라는 판결문 한 장만 던져주고 가지 마시고,

어디가 부족한지
살짝 귀띔이라도 해주시면 안 될까요?

“여기 조금 더 써보세요.”

“이 부분은 독자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사진만 말고 이런 경험도 넣어보세요.”

그러면 열심히 고쳐볼게요.

다시 쓰고,

또 쓰고,

또 도전해볼게요.


그리고 언젠가

“승인되었습니다.”

라는 문장을 받는 날이 온다면

아마 이렇게 말할 것 같다.

“거봐.

내 글,

가치 있었잖아.

ㅋㅋㅋㅋ

하지만 사실 그날이 오지 않더라도
계속 글을 쓸 것 같다.

왜냐하면 블로그를 쓰는 이유가
승인 하나만은 아니니까.

오늘 먹은 음식도 기록하고,

어디를 다녀왔는지도 기록하고,

아이와 웃었던 순간도 기록하고,

별것 아닌 것 같았던 하루도 기록하고,

가끔은 이렇게

구글에게 삐친 마음까지 기록하면서.

언젠가 이 글들을 다시 펼쳐봤을 때

“그때 내가 이런 하루를 살았구나.”

하고 웃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기록 아닐까?

그러니 구글아.

이번에는 떨어뜨렸지만…

다음에는 조금 긴장해.

나 아직 안 끝났어.

오늘도 쓸 거거든.

내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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